네덜란드 출신의 동물행동학자 프란스 드 발, 30대 초반의 혈기왕성한 초보과학자였던 그는, 1976년 영장류(침팬지)들이 맺고 있는 사회적 관계와 그 안의 정치적 움직임을 구체적으로 관찰하기 위해 네덜란드 아넴 지방에 있는 부르거스 동물원 야외사육장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소름끼칠 정도로 인간스럽게 정치적 관계, 사회적 우열 관계를 형성해가는 침팬지들을 목격하였고, 그 놀라운 관찰과 기록의 결과물로 이 책 『침팬지 폴리틱스』을 완성한다. 이 때가 1982년으로 이 책이 발간되었을 때, 희화적 동물로서의 원숭이라는 대표물로 영장류의 이미지를 떠올렸던 일반 독자들은 침팬지에게도 고등의 정치 행위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당시 대중적 관심으로도, 학술적 가치로도 큰 주목을 받은 이 책은 1982년 초판을 발행한 저자 프란스 드 발이 1990년 이후 다시 몇 차례 부르거스 야외사육장을 방문하여 초판 그 이후의 이야기들을 이번 개정판에 온전히 담아놓았다. 하지만 초고의 내용을 보완하였고 이후의 사연들을 알려주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다만 인간과 굳이 비교하지 않더라도, 일개 동물일 뿐인 침팬지 개체마다의 행위와 사고력이 합하여 만들어진 사회적 행위들이, 실제로 ‘정치를 하고 있다’는 표현이 절대 의인화와 과장의 표현이 아님을 알게 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그리고 그 목적은 결국 사람답게 정치한다는 것이 무언지를 자연스럽게 귀납하도록 만들고 있다.
초판에서 담지 못했던 수많은 사진들은 텍스트를 100% 파악하는 데 커다란 도움을 준다. 거의 매 페이지마다 담긴 흑백의 사진과 칼라 화보들을 보면, 그네들의 실제 일상사가 영화를 관람하듯 파노라마처럼 그려진다. 싸우고, 사랑을 나누고, 견제하고, 눈치를 보는 일련의 표정과 몸짓의 사진은, 텍스트와는 또 다른 보존 가치와 감상의 즐거움을 선사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