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세의 나이에 요절한 일본 동화작가 니이미 난키치의 작품집. 어른이 읽어도 가슴 뭉클한 이야기들이 수채화 그림과 함께 잔잔히 펼쳐진다.
표제작 '장갑을 사러 간 아기 여우'. 추운 겨울, 손이 시려운 아기여우는 인간마을에 장갑을 사러 간다. 엄마여우는 아기여우의 한쪽 손을 귀여운 어린이 손으로 둔갑시킨 후 '꼭 인간의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신신당부한다. 인간은 위험한 존재니까 여우손을 내밀면 붙잡히고 만다고, 거듭 당부하는 엄마 여우.
인간마을에 내려 간 아기여우는 장갑 파는 가게를 찾아서 문 틈으로 손을 내미는데, 밝은 빛에 당황하여 순간 여우손을 내밀고 만다. 그런데 인간은 순순히 빨간 색, 어린이용 장갑을 건네준다. 장갑을 받아들고 돌아온 아기여우는 엄마에게 말한다. "인간은 하나도 무섭지 않던걸?" 그러자 엄마여우는 "정말 인간은 좋은 존재일까" 혼잣말한다.
'장갑을 사러 간 아기 여우'도 재미있지만, 작가의 대표작으로 불리는 '금빛 여우', '여우 이야기' 등 수록된 동화 모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니이미 난키치의 동화는 '헐리우드식 천편일률적인 해피엔딩'과는 거리가 먼 스토리로 이루어져 있다. '금빛 여우'만 봐도 효주가 여우를 쏘아 죽이는 비극적인 행동으로 끝이 나고, '장갑을 사러 간 아기여우'에서도 무사히 인간세계에서 장갑을 사가지고 돌아온 아기여우가 "인간은 조금도 무섭지 않다"고 소감을 말했을 때, "정말 인간은 좋은 존재일까, 정말 인간은 좋은 존재일까"하는 엄마여우의 혼잣말로 작품이 끝난다.
니이미 난키치는 주체가 타자를 이해하는 것이 진정 가능한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인간이란 존재는 어쩌면 고독한 존재가 아닌가라는 그의 질문은 우리 모두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인간에 대한 존재론적인 물음인 것이다. 일본 아동문학의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 니이미 난키치 이전에 인생의 어두운 부분에 대해 그만큼 심각하게 질문을 거듭했던 아동문학 작가는 없었다는 일본의 한 문학평론가의 말은 니이미 난키치의 위상을 적절하게 지적한 말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