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에서 지역분쟁과 종족분쟁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필리핀의 무슬림 모로의 분리주의 운동, 미얀마의 다양한 소수종족 집단의 분리주의 운동, 태국 남부 말레이 무슬림의 분리주의 운동은 뿌리깊은 갈등의 존속을 보여주었으며, 최근 수하르또의 하야 이후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동띠모르, 몰루꾸, 아째 분쟁은 국가의 통합이 사실 얼마나 빈약하고 위태로운 기반 위에 서 있는가를 드러내었다. 지역과 종족은 '우리'와 '타자'를 구분하는 보편적이고 매우 오래된 관념으로써, 근대 이후 국민국가 모델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국가권력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게 됨에 따라, 지역과 종족에 기초한 타자화의 문제가 더욱 중요성을 갖게 되었다. 국가 건설은 우리 의식에 기초한 "상상된 정치 공동체"의 형성을 지향하는 작업인데, 그 과정에서 동화를 강요받거나 소외되고 차별받는 주변적인 지역이나 종족집단이 발생하면서, 지역과 종족 정체성에 대한 자기 인식이 강화되는 현상이 동시에 나타났다. 이러한 자기 인식은 국가와의 관계 속에서 분리주의 운동, 자치권의 요구, 차이의 인정에 대한 요구, 통합의 수용이라는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되어 있다. 동남아에서 국가건설은 완료된 것이 아니고 현재에도 진행 중인 것이라고 파악할 때, 지역갈등과 종족갈등에 대한 연구는 동남아 국가의 성격과 역동성을 이해하는 데에 핵심적인 과제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