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 주저 없이 따님을 보여주신 의도가 궁금하군요. 자포자기론 생각되지 않습니다만, 제가 이곳에 발걸음한 이유가 건물 외관 때문만은 아니란 걸 알고 있으실 겁니다.
이번 경운 외곽으로의 좌천정도에 그치지 않는 금기를 어긴 만큼 중벌을 면치 못할 일입니다.
허나, 레바 님의 대범함만은 높이 사드리죠. 제 생각을 읽었다는 듯 이 일을 드러낸 건 아니시겠지만 저 역시 굳이 관여하고 싶지 않습니다. 말씀드렸듯 이곳에 온 이유가 감찰이 아닌 경칠 즐기러 온 거니 다른 것은 보지 않은 걸로 해드리죠.
다만 병석의 따님이 아버지의 뜻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우려되는 군요. 현명하지 못한 아버지의 처사로 자신의 샘물이 더럽혀졌다는 걸 안다면….
우리 엘프들의 수명은 길다면 길다할 수 있고 영원하다면 영원하다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한 생명의 빛깔은 투명한 샘물 같아야 합니다.
그 만큼 조금의 얼룩으로도 더렵혀지는 걸 두려워해야 합니다. 샘물이 더럽혀지는 순간 이미 생명의 빛은 사그라들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