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우월하다 여겨졌던 까닭은, 인류가 이뤄놓은 문명 때문이었다. 그러나 도덕, 관습, 종교, 법 등의 문명은 선천적으로 내재된 본성을 억누르는 작용을 한 것 또한 사실이다. 더구나 문명은 테러, 전쟁, 환경 파괴 등을 불러오기도 했다. 저자는 이것을 인간이 자신과 세계를 기만하는 술책이라고 부른다. 피카소는 "인간의 사고 능력이 저지른 최대의 실수는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이었다"는 말로 이러한 견해를 대신했다.
문명과 반문명 어느 편이 더욱 인류와 세계를 위해 나은 방안인지, 결론짓고 있지는 않지만 분명한 것은 인간이 어느 순간부터 파멸의 전도사로 변해버렸다는 점이다. 그리고 파멸을 가져온 행위들은 모두 법과 제도 등의 이름으로 불린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사회적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우리에게 앞으로 구체적으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주고 있지 않은 점은 아쉽게 다가온다. 하지만 인간의 자기기만이 가져온 불행한 사건들을 들춰보면서,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끔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후한 점수를 줄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