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불화는 이 나라 미술의 처녀미답지이자 사각지대이다. 불화와 사경을 포함하여 200여 점 대부분이 일본에 소장되어 있고, 한국미술사에서도 최근에 들어 한두 점 다루는 정도이다. 고려불화가 세계적인 아름다움과 한국미술을 대변할 만한 회화적 성취를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미술의 대표적 미술로 자리매김하기에는 많은 제약이 있다.
그러므로 고려불화가 정단한 평가를 받으려면 고려불화에 대한 원론적인 연구에서 시작할 필요가 있다. 부처님의 깨달음을 원전으로 확인하고 여기에 폭넑은 문화권에 대한 이해와 불교 및 미술의 공감대를 확인하여, 기존의 관행을 깨뜨리더라도 한국의 문화와 미술의 새로운 자리매김을 할 각오가 없다면 고려불화는 한갓 사찰의 전승 유품이나 미술관의 수장품에 불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