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섬세하고 소박한 산책일기이자 자연 관찰의 기록이다. 글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일 년 동안의 자연 관찰 형식을 띠고 있지만, 저자는 20여 년을 청계산, 관악산을 가까이할 수 있는 곳에 살면서 이들 숲을 자주 찾았다. 특히 구룡산 근처의 사무실에서 일할 수 있는 행운을 얻었던 2000년부터 2002년까지는 산책이 빼놓을 수 없는 일상의 습관이 되었고, 일과 시작 전 이른 아침에 매일같이 이 숲의 오솔길을 오르내렸다.
산책의 과정에서 틈틈이 가벼운 사색의 기분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 어느 날은 그림을 그리고 어느 날은 신문에서 옮겨 적은 식물에 관한 시 한 구절, 또 다른 날은 식물원을 방문한 소감을 간략한 지도와 더불어 온갖 식물들의 간략한 소묘로 채워 넣었다. 그것은 결코 책을 만들기 위한 기록이 아니었다. 마냥 좋아서 그렇게 한 것뿐이었다. 그렇기에 그의 글과 그림들은 산길 한 귀퉁이 저 혼자 아름답게 피어 있는 야생화를 보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