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 문명은 축복인가 재앙인가. 기계 문명이 얼마나 발달할지 가늠하는 것조차 그리 쉽지 않은 현실에서는 어쩌면 시기 상조인 질문인 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이보그가 등장하는 영화 속 미래가 그다지 밝지만은 않은 것으로 보아 아직까지는 비관론이 좀 더 우세해 보인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영국 레딩 대학교 인공두뇌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인공지능과 제어 그리고 로봇학을 연구하고 있는 저자는 이 물음 속에 스스로 사이보그가 되어 인간과 기계의 결합을 온몸으로 증명해 보인다.
그의 행동경로와 그의 생각은 몸 속에 내장된 칩을 통해 컴퓨터에 자동 전송·기록되었고, 더 나아가 그와 부인은 음성을 통하지 않고도 부분적 의사소통에 성공하기에 이른다. 이른바 '텔레파시'와 비슷한 능력을 가지게 된 셈이다. 저자는 사이보그는 인간을 육체적·정신적으로 업그레이드 하나의 대안이라고 역설하는데, 기술적 진보의 측면에서만 본다면 충분히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그런가 하면, 이러한 논의의 끝에 사이보그가 인간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에 들어서게 되면 일은 한층 복잡해진다. 예를 들어 기술의 도움으로 인해 인간이 더 멀리에 있는 것을 더 조그만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고 그 결과 인간 의식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할 때, '성장한 의식'을 갖게 된 인간은 순수한 인간인가 하는 의문 역시 남기 때문이다. 이 책을 단순한 과학 교양서로만 읽을 수 없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