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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외도와 폭행을 견디다 못한 '향랑'은 이혼을 하고 친정으로 돌아갔으나 부모는 그녀를 받아주지 않는다. 갈 곳 없는 그녀가 돌아간 곳은 시댁. 그러나 남편은 여전했다. 기댈 곳 없던 그녀는 '산유화'란 노래를 부른 뒤 강물에 목숨을 내던졌다. 사건을 보고 받은 지방 관리는 그녀를 중앙정부에 '열녀'로 추천한다. "두 남편을 섬기지 않는다는 의리를 알아 죽음으로써 스스로를 지켰다"는 것이 이유였다.
'강요된 자살'을 칭송하던 17세기 조선 사회. 조선 초기만 하더라도 처가살이가 일반화돼 있었고 논밭에서의 노동 역시 남녀가 평등하게 진행하였으며, 부부관계나 재산 상속, 이혼과 재혼 등의 문제에서도 남녀의 지위 차이가 거의 없었다. 어째서 이런 급격한 변화가 일어난 것일까? 『홀로 벼슬하며 그대를 생각하노라』라는 책을 쓰기도 했던 저자는 그 이유로 '성리학'과 임진, 병자호란을 든다. 조선 건국 이후, 성리학적 이상이 점차 사회에 스며들었고 특히 전쟁 이후 무너진 사회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완고한 가부장제가 확립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전국 각지의 '열녀비'를 의심스런 눈길로 다시 돌아보게끔 하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