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금진 시인은 스스로를 “인간 혐오자”라고 규정한다. 맞는 말이다. 최금진 시인의 이번 에세이집 '나무 위에 새긴 이름'은 온통 “절망과 불신과 좌절”의 기억들로 가득하다. 그는 자신의 가계사를, 자신의 첫사랑을, 자신의 글쓰기를, 그리고 그보다 앞서 자기 자신을 혐오한다. 그러나 자기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이 세계를 혐오하지 않고서야 어찌 진정한 사랑을 배울 수 있었겠는가. 아니 애초부터 사랑하지 않았다면 어찌 혐오라도 할 수 있었겠는가.
따라서 '나무 위에 새긴 이름'은 자신의 기억들과 자신이 놓인 이 세계와 그리고 마침내 자기 자신을 다시 긍정하고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를 그리고 어떻게 시로 발현되었는지를 그야말로 한 땀 한 땀 고백한 “희망과 꿈과 용기”의 기록이다. 우리는 최금진의 이번 에세이집을 통해 한 시인이 어떤 과정을 통해 탄생하는지, 그리고 매순간 어떻게 새로운 시인으로 거듭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시인이란 시를 쓰고 있는 순간 바로 그 순간에만 비로소 시인이라 칭해질 수 있다면, 최금진 시인은 매순간 자신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시로 겪고 있는 시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