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삶』은 겁이 많아 ‘너구리’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스물세 살 여자애 노진이와, 담백한 성격의 동갑내기 남자애 ‘참치’가 서로에게 잠시 머물렀다 지나치는 이야기이다. 그러므로 이 소설은 연애소설이자 청춘소설이다. 그런데 그 어느 때보다 생기 넘치는 시기인 청춘의, 그것도 연애를 담은 이야기라면, ‘게으른 삶’이라는 제목은 그에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너구리와 참치는 남들보다 조금 더디게 청춘을 통과한다. 하지만 느리게 지날수록 선명해지는 것들도 있게 마련이다.
그렇기에 그들의 마지막 파란 여름은 이종산이 모은 이야깃조각 하나하나에 또렷한 색감을 간직한 채 남아 있다. 청춘의 한때에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존재에 대한 불안과 어른이 되어가는 길목에서 어쩔 수 없이 깨닫게 되는 씁쓸한 생의 진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위로하며 일상을 지탱해주는 소소한 행복의 순간을 있는 그대로 건져올린 『게으른 삶』. 이 소설과 함께 여러분들의 삶 속에도 빛나고 있을 그 게으른 순간들이 더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