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는 모든 곳이 흥미진진하고 어디에나 이야깃거리가 깃들어 있다. 어느 바위건 개울이건 전투나 신화, 기적, 이름 모를 어느 농부의 이야기, 미신이 얽히지 않은 곳이 없다. 여행자가 내걷는 한 걸음 한 걸음마다 기억할 만한 기이한 이야기와 사건이 무성하게 펼쳐진다. 많은 독자에게 《마니》는 생경한 이름이 넘치는 책으로 보일 것이다. 퍼머에게 낯선 이름들은 아주 각별하다. 그의 글은 무엇보다 낯선 이름을 쫓는 설렘, 다른 사람에게 알려줄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는 묘미를 전해준다. 그의 비범한 문체는 특히 ‘그리스’라는 주제와 잘 맞는다.
그의 산문에서 펼쳐지는 눈부신 화려한과 아름다운 굴곡은 그리스의 매혹적인 바위투성이 풍경과 특히 잘 어울린다. 그 누구도 한 장소와 그곳에 사는 사람에 이토록 해박한 지식과 감수성으로 반응하지 못할 것이다. 무릇, 좋은 글이란 낯선 이름, 낯선 풍경, 낯선 사람들에게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고 가장 비범하게 기록하는 것이다. 낯선 것을 가장 새로운 것으로 창조해내는 마술. 한편, “가지를 치며 어지러이 덩굴손을 뻗어가는” 담쟁이처럼 퍼머의 문장은 뻗어간다. 보통 사람이면 펜을 내려놓을 곳에서 퍼머의 펜은 집요하게 전진한다. 그것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