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살 하나, 여덟 살 마테는 엄마를 잃었다. 아빠도 엄마를 잃었다. 장녀인 하나는 집안일을 하고, 동생 마테를 돌보고, 아빠를 챙겨야 했다. 엄마를 잃은 상실감이 치유되지도 않은 채 ‘작은 엄마’ 역할은 어린 하나에게 너무 벅차다. 늘 징징대는 동생과 자신에겐 관심 없이 일만 하는 아빠를 피해 하나는 엄마의 공간, 채마밭으로 들어가 살기로 결정한다. 엄마가 많은 시간을 보냈던 채마밭에서 엄마와의 추억을 더듬어 보고, 엄마의 물건, 엄마의 기억을 끄집어 내며 상처를 치유받고 싶었던 것이다.
이야기 전반에서 엄마와 하나가 대화하는 채마밭, 마테가 엄마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비밀의 방, 그리고 마테가 읽는 동화책 속 공간과 아빠가 존재하는 현실의 공간이 계속 교차한다. 엄마 잃은 슬픔을 각자의 방법으로 극복하는 어린 딸과 아들 그리고 아빠. 이 세 식구가 상처와 슬픔을 이기고 새롭게 시작하는 모습을 현실과 가상 공간을 넘나드는 독특한 구조로 그려 낸 작품이다.
책 속 그림은 글에서 다 보여 주지 못한 이야기까지 담고 있다. 현실의 집과 엄마의 채마밭 사이에 뚜렷하게 놓여 있는 작은 도랑은 현실과 치유의 공간을 확실하게 구별시킨다. 그리고 마테가 절대 누나 하나의 공간을 침범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그림을 통해 잘 보여 준다. 그림 속 주인공의 움직임, 공간의 배치가 주는 의미, 여러 공간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행동들, 조화로운 배치 등을 하나씩 찬찬히 살펴보면 이 그림책을 읽는 매력이 한층 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