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만식을 빼놓고는 한국 근대문학사를 논할 수 없다. 그는 사회적 단면을 예리하게 풍자하고 냉혹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련의 작품들로 한국 근대문학에 커다란 이정표를 세웠다. 그의 대표작 『탁류』는 탁한 역사의 흐름에 따라 정신이 황폐해진 군상들이 그 시대를 살아가는 법을 적나라하게 그려내 당시 지식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안겼다.
탁한 세상, 채만식의 『탁류』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제목이다. 어째서 ‘청류(淸流)’가 아닌 ‘탁류(濁流)’인가. 일제강점기를 살아가는 몰염치하고, 가증스럽고, 음흉한 인간들은 역사의 흐름(流) 속에 흐림(濁)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채만식은 마지막 소제목을 살인이나 파멸이 아닌 ‘서곡(序曲)’이라고 지었다. 시작이라는 의미의 ‘서곡’, 소설 내내 사회적인 풍자와 냉소로 일관했던 채만식은 마지막 소제목으로 희망을 보여준다.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의미의 ‘서곡’은 다만 어둡고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절망에 한줄기 빛을 보여준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많은 고난과 역경에 부딪힌다. 취업의 고난과 사업의 실패, 가정의 파탄, 그리고 실연의 아픔. 누구나 한번쯤은 겪으며 우리는 성숙해진다. ‘아픈 만큼 성숙해지고,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한다. 그것은 다만 절망이 아닌 더 나아지기 위한 희망의 발돋움이 아닐까? 언젠가는 나아지리라는 희망을 갖고 살아가자는 의미에서 『탁류』는 한국 근대문학사에서 더욱 값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