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로드되지 않는’ 일상을 찾으려는
십 대 소녀의 유쾌한 반란!
‘전체 공개’와 ‘사생활 보호’라는 첨예한 갈등 속에서
‘진짜 나’의 의미를 발견해 나가는 다정한 여정
‘그’ 에바, 다시 말해 유튜브에 나오는 그 에바는 카메라가 내내 자신을 겨누는 생활에 지쳐 간다. 부모님이 운영하는 채널을 둘러싸고 브랜드 평판, 수익성, 협찬과 보상 같은 이야기가 오가는 동안 일상에서 벌어지는 수치스러운 순간까지 구독자와 공유해 왔다. 더는 유튜브에 나오고 싶지 않다고 몇 번을 말해도 부모님은 ‘가족 같은’ 구독자들을 위해서 에바의 협조를 얻는 데에만 마음을 기울인다.
『나를 찍지 마세요』는 태어날 때부터 유튜브 키즈였던 십 대 아이가 자기 삶을 되찾기 위해 반란을 일으키고, 진정한 자아에 도달하는 모습을 첨예하면서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 낸 장편소설이다. SNS가 삶에서 필수·기본 요소로 자리 잡았다는 말은 당연한 이야기가 된 지 오래다. 기업과 연계해 수익을 내는 수단으로 쓰이면서 우리는 SNS로 둘러싸인 환경을 조금 더 예민하고 조심스럽게 볼 필요가 있게 되었다. 그중 하나는 어린이·청소년의 동의 없이 촬영이 진행되고, 아이들의 사생활이 타의로 노출된다는 지점이다.
이 작품은 타인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창피한 순간 혹은 자아의 내밀한 부분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는 삶을 살아 온 주인공의 일상을 속도감 있게 묘사하며 진행된다. 떼쓰는 영상, 수영복이 엉덩이에 끼었을 때, 심지어는 첫 생리를 시작한 순간까지! 에바는 영상을 발견한 동급생에게 놀림받고 빨간 사인펜이 칠해진 생리대가 교실 게시판에 붙는 일도 겪게 된다. 주인공의 심리를 적확하게 짚어 내며 독자를 이끄는 노련한 문장들이 책장을 계속 넘기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 준다.
어린이·청소년문학의 역할 중 하나가 부당하거나 부조리한 어른의 굴레에서 인물들을 해방으로 이끌고 희망을 말하는 것임을 떠올리면, 독자들은 다소 빠르게 에바의 결말을 예측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소설은 ‘과연 어떻게?’라는 질문으로 독자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다음 상황을 궁금해하도록 만든다. 채널에 작은 파동을 일으키는 에바와 에바의 활동을 전혀 짐작하지 못하는 부모님이 구독자를 늘리고 채널을 키우며 대응하는 구도가 흥미진진하다. 에바와 부모님이 각자 원하는 곳에 도착할 수 있을지, 결말이 드러나는 순간 벅차오르는 감정은 진정한 자아에 다가가는 소중한 과정, 서로가 서로에게 작은 지지대가 되어 주는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