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하여 이야기의 필요로 발명된 여자는
살아서 이야기를 빠져나간다. 나의 초선은 살아남는다.”
한겨레문학상,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수상작가
박서련이 다시 쓰는, 욕망하는 여성 초선!
《체공녀 강주룡》으로 제23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전혀 다른 여성 서사를 만”나게 한다는 평을 받았던 박서련이 다시 한번 전혀 다른 여성 서사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올해 서울국제도서전 ‘여름 첫 책’에 선정되어 도서전에서 선공개된 후, 은행나무출판사에서 정식 출간되는 《폐월; 초선전》을 통해서다. 이번 소설의 주인공은 ‘그녀의 얼굴이 너무 아름다워 달마저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폐월)’는 《삼국지(연의)》 속 등장인물, 초선이다. 박서련은 초선을 1인칭 화자로 삼아 직접 자신의 생을 말하게 한다. 남성 영웅의 서사가 난무하는 《삼국지》에서 아름다움을 무기로 삼은 여성 초선, 과연 그녀의 입으로 재현되는 그녀의 삶은 어떠할까.
《삼국지》에서 초선은 아름다움을 통해 두 영웅, 동탁과 여포를 이간질했다는 고사로만 알려져 있다. 그러나 박서련은 초선에 대한 여러 이야기와 당대의 시대상을 융합해 새로운 초선, 자신의 입으로 말하는 여성 초선을 만든다. 박서련의 초선은 가난하고 흉흉한 시절 자신을 팔아먹으려는 부모로부터 도망쳐 나온 생존자이며, 오물이 가득한 길거리에서 제대로 씻지도 못한 채 살아본 거지이며, 거지 대장에게 배운 거짓말로 자신이 충신의 딸이라 속여 한나라의 장군인 왕윤의 수양딸이 되는 영악한 소녀다. 초선관을 쓰는 관직으로 나아가고자 해 스스로 ‘초선’으로 이름 지은 그녀는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욕망하며, 욕망을 위해 자신의 지식과 위치, 미와 추를 모두 이용한다. 이런 그녀에게 아름다움은 유일한 무기가 아니다.
뮤리엘 루카이저는 그의 시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한 여자가 자기 삶의 진실을 말한다면 어떻게 될까? 세계는 터져버릴 것이다.” 여기, 바로 그 역할을 감당하는 책이 있다. 박서련의 《폐월; 초선전》에서는 초선의 입으로 재현되는 초선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남성 영웅 서사로 가득했던 《삼국지》를 모두 터트려버릴 강렬한 에너지를 품은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