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카리브해 연안 국가들의 정체성이 담긴 대표적인 중단편 13편을 담고 있는 작품집이다. 이 선집에 수록된 작품들은 크게, 마술적 사실주의 혹은 환상성을 잘 보여주는 스페인어권과 현실적 요소가 환상을 압도하는 영어,프랑스어권의 카리브해 문학으로 구별된다.
표제작 「알보라다 알만사의 행복한 죽음」은 라틴아메리카 신세대 소설을 대표하는 작가 레오나르도 파두라의 마술적 리얼리즘이 물씬 배어 있는 작품. 대천사 라파엘 축일 아침 가난하고 늙은 여인 알보라다 알만사는 여느 때와는 달리 가볍게 잠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연이어 놀라운 일은 계속된다. 비어 있어야 할 커피통이 가득 차 있고, 찬장에는 연유가 가스레인지 옆에선 구아바 파이를 발견한다. 이 모든 게 아직 꿈이라 여긴 그녀는 꿈에서 깨지 않기 위해 습관과 반대로 행동한다. 즉 먼저 파이를 먹고 연유를 마시고 커피를 음미하며 꿈에서 깨길 기다렸지만, 그건 실제 상황이었으며, 그녀는 이미 죽은 채로 잠에서 깬 것이었다. 욕실 커튼 뒤에서 나체로 나타난 대천사 라파엘은 근사한 근육질의 흑인으로 그의 축일 선물로 그녀를 천국으로 데려가겠다고 하고, 그녀는 망설임 끝에 대천사와 단손에 맞춰 춤을 추며 세상을 떠난다. 쿠바의 경제적 궁핍함이 배경인 이 작품은 ‘행복한 죽음’이라는 제목보다는 ‘씁쓸한 죽음’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