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는 음력이 아니라 태양의 움직임에 맞춘 양력이란 걸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또 초복, 중복, 말복이 절기가 아니고, 단오도 절기가 아니며, 추석이나 설날은 더더욱 절기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절기는 태양의 움직임에 맞춘 것이어서 일 년 중 낮이 제일 긴 날이 하지, 가장 짧은 날이 동지, 낮과 밤이 똑같은 날이 춘분과 추분 식으로 해의 길이에 맞춘 것이다. 그것은 당연히 양력이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이 음력만 썼다고 생각하는 것은 참으로 잘못된 선입견이다. 음력과 절기 곧 양력을 함께 썼기 때문에 우리의 전통 달력은 태음력이라 해야 한다. 거기에다 십간십이지 곧 육십갑자까지 함께 썼기 때문에 우리의 달력은 매우 치밀하고 과학적이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서양의 달력이 마치 가장 과학적이라는 선입관이 널리 퍼져 있다. 실은 결코 과학적이지도 않을 뿐더러 매우 엉터리 투성이의 달력일 뿐이라는 것을 아는 이는 별로 없다. 예를 들어 달마다 30일과 31일을 교대로 했던 것을, 로마의 카이사르가 자기 생일 달인 7월에 하루를 더하고, 아우구스투스 또한 생일 달인 8월에 또 하루를 더해 연속 31로 된 것이다. 이 때문에 2월 달은 어느 해는 28일, 또 어느 해는 29일로 되었다.
그러나 우리의 달력은 해와 달의 움직임에 가깝게 만들어져서 이런 엉터리가 없을 뿐더러 자연의 흐름과 아주 가깝다. 예를 들면 봄기운이 일어선다는 입춘은 아직 2월 5, 6일쯤이라 겨울 기운이 한창일 때이다. 그러나 농사를 지어 본 사람은 다 안다. 날씨는 분명 영하의 날씨로 추운 겨울이지만 땅에선 분명 꼼지락거리는 기운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이때부터 농사 준비를 해야 한다. 그리고 입하 때는 완전히 서리가 사라져 본격적인 녹음의 계절이 온다. 8월 초인 입추 때는 장마가 지난 지 얼마 안 돼 본격적인 무더위를 자랑하지만, 이때 겨울에 먹을 김장 배추를 심어야 한다. 배추씨를 넣고 싹이 날 때쯤 분명 가을의 찬 기운을 아침에 배추 싹에 물 주러 갈 때 느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입동 때는 늦가을의 정취가 막바지이지만, 겨울을 날 마늘을 심어야 한다.
이 책은 자연을 구경만 하는 관객의 입장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하나 되어 자연을 말하는 태도를 일관되게 취한다. 따라서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자연 속으로 흔쾌하게 빨려 들어갈 수 있는 자연스런 길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