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길 시인의 신작 시집이다. 시인은 조지훈, 박목월 선생과 깊은 교류를 가졌던 저자이기에 몇몇 시들에서는 그러한 경향이 느껴지지만, 이번 시집의 전반적인 느낌은 산문적이라는 인상을 준다. 그저 담담하게 이야기하듯 풀어내는 저자의 시어들은 그저 사실적 관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김종길 시인의 사실적 관찰은, 삶을 전체적으로 되돌아보는, 것도 끊임없이 되돌아보게 되는 일의 일부라는 데에서 깊은 인상을 준다. 보고 스쳐가는 일들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사람의 본질적 특성이나, 김종길 시인은 그저 먼 거리에서 바라보듯 담담하게 서술해나간다. 그러나 그 건조한 사실주의 속에 절제의 미학이 담겨 있으며, 모든 시마다 회고의 우수가 서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