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과 복음서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정하고 싶지않지만, 인류와 문명의 역사는 수많은 전쟁, 그것도 야만과 폭력으로 점철된 전쟁들로 얼룩져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전쟁이 끝났다!’ 하는 외침으로 한순간에 온 나라는 기쁨에 가득 차게 됩니다. 이렇게 사람들을 죽음에서 생명으로 넘어가게 해 준 기쁜 소식, 사지로 떠나보내야만 했던 사랑하는 사람과 재회할 수 있다는 기쁜 소식, 그래서 절망과 좌절을 희망과 환희의 순간으로 바꾸어 주는 그 기쁜 소식. 바로 이것이 ‘복음’이란 말의 어원입니다.
『지혜 여정』 신약 편을 시작하며, 마르코 복음서를 먼저 선보입니다. 네 복음서 중에 분량이 가장 짧은 마르코 복음서는 가장 먼저 집필되었으며 그 내용이나 표현법이 가장 단순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복음서 역시 위에서 언급한 ‘기쁨과 환희의 소식’, 곧 ‘복음’을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르코라고 알려져 있는 이 책의 저자는 기존의 ‘복음’이란 말이 지니고 있던 것과는 조금 다른 내용을 이 책에 담아 놓았습니다. 한순간에 모든 이를 기쁨으로 가득 차게 만들어 줄 소식으로, 전쟁에서의 승리가 아니라 이스라엘의 한 청년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성공이나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오히려 십자가 위 비참한 죽음으로 끝을 맺는 이 청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을 ‘복음서’, 곧 ‘기쁜 소식을 담고 있는 책’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