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지 않는 기사』는 ‘우리의 선조들’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으로, 현대 인간들의 상황과 소외의 모습, 그리고 총체적인 인간성을 획득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표현한 소설이다. 칼비노는 이 작품에 대해 다양한 차원의 인간 존재에 관한, 존재와 의식, 주체와 객체에 관한 이야기이자 우리 자아를 실현하고 우리를 둘러싼 사물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가능성에 관한 이야기라고 밝힌 바 있다.
존재한다는 의식과 의지만으로 존재하는 아질울포, 그리고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의식 없이 존재하는 구르둘루는 존재와 비존재, 의식과 무의식의 양극단을 상징한다. 이 두 인물 주위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인정받으려는 인간적인 정열에 찬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칼비노는 이들이 가진 뜨겁고 불안정한 열정을 결점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폭정에 고통받던 쿠르발디아 마을 주민들이 이 젊은이들을 통해 스스로 세상에 맞서 평등하게 존재하는 법을 깨닫는 일화를 통해, 이러한 열정이야말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위대한 힘이자 미덕이라 말한다. 대륙과 바다를 넘나들며 이어지는 독특한 인물들의 모험 끝에서는 소설을 이끌어 가는 화자인 수녀 테오도라의 비밀이 밝혀진다. 미래를 향해, 사랑을 향해 달려가는 테오도라 수녀는 바로 주관적인 열정과 세상에 대한 객관적인 관심을 포용해 낼 수 있는 새로운 문학의 가능성을 향한 칼비노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