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겐지 이야기』와 함께 일본 고전문학을 대표하는 『마쿠라노소시』가 국내 최초로 번역 출간되었다. 일본 헤이안시대의 고위 궁녀가 천황비인 중궁을 보필하면서 체험한 일과 개인적인 감상을 써내려간 글로, 일본 수필의 효시로 알려진 작품. 저자는 중궁과 시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풍류를 즐길 정도로 학식과 감각이 뛰어났으며, 그녀의 말과 글은 당대의 정형화한 미의식을 깨고 새로운 미적 감성을 선보인 것으로 유명하다.
일본 헤이안 시대의 풍습, 궁궐 안에서 벌어지는 내밀한 이야기를 접하는 재미가 있으며, 무엇보다도 날카로운 관찰과 허를 찌르는 재기가 '천 년 전의 것' 같지 않게 흥미롭다. 몸이 아프면 귀신 때문이라고 믿고 스님을 불러 기도하게 한다든지, 결혼해도 함께 살지 않고 남자가 여자 집에서 하룻밤 자고 다음날 본인의 집으로 돌아가는 등의 모습들은 우리에겐 분명 낯선 모습이지만, 그로 인해 벌어지는 갖가지 이야기는 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인간사는 다를 바 없음을 깨닫게 한다.
제목의 '마쿠라(枕:베개)'는 몸 가까이 은밀히 지니는 것을 의미하고, '소시(草子)'는 묶은 책을 뜻한다. 우리말로 해석하면 '베갯머리 서책' 정도 되는데, 친근한 제목처럼 문체도 쉽고 명료해, 고전을 읽을 때의 난해함이나 지루함은 느껴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기발한 착상과 개성적인 서술은 지금 읽어도 신선하고 기지에 넘치며, 대부분의 이야기가 솔직 담백하면서도 밝은 내용들이다.
『마쿠라노소시』를 그림과 사진으로 보여주는 별책부록도 제공하여 당시의 생활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헤이안 시대 일본인의 색채 감각, 옷차림, 주택 구조, 탈것과 춤 등을 보여주는 그림과 사진을 엮어 부록 한 권만 읽어도 즐거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