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의 『황진이』가 서울에서 새 옷을 갈아입고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났다. 북한의 중진작가 홍석중(洪錫中, 63)이 쓴 장편소설 『황진이』(2002)가 창비사가 제정해서 운영하고 있는 ‘제19회 만해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사실은 이미 보도를 통해 알려진 바 있다. 북의 작품이 국내 문학상 수상작으로 뽑힌 것은 분단 이후 최초의 일로서 실로 남북 문학사의 기념비적 사건이라 할 만하다.
홍석중이 쓴 『황진이』는, ‘황진이’ 하면 일반적으로 연상되는 서경덕과 황진이의 사랑 이야기가 중심이 아니다. 화담 서경덕과의 만남은 자그마한 에피소드로 처리되어 있을 뿐이다. 작가는 조선 시대 사대부의 시각에서 전승되어오던 기존 줄거리를 허물고 황진사댁 하인 출신의 가공 인물 ‘놈이’를 내세워 기생 ‘황진이’와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려내고 있다. 또한 북한소설로는 보기 드물게 성애 장면이 거침없이 묘사되어 있다. 한국방송통신대 박태상 교수는 “『황진이』는 북한의 문학 작품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노골적인 성애 장면이 여러 차례 나온다. 『황진이』는 이런 장면들이 등장하는 최초의 북한소설일 것이다”고 말하고 있다.
분단 60년이 지나도 민족 언어가 살아 있으며 남북이 하나임을 증명해주고 있는 『황진이』를 고려대학교 북한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브라이언 마이어스 교수는 “『황진이』는 북쪽에서 출판한 소설이면서도 남쪽 독자들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는 데 커다란 의의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