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의 중압 속에서 근대 민족통일국가로 출범한 일본이 가진 첫번째 대외적 관심사는 ‘조선문제’였다. 중국의 영향력 밑에 있는 조선을 어떻게 하면 일본의 지배권에 편입시키고 일본이 대륙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갈 것인가 하는 것이 그 핵심이었다. 물론 조선에 대한 일본의 이러한 야심은 결코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이 문제는 이미 도쿠가와 막부 말기부터 논의돼 왔다. 그러나 ‘정한(征韓)’이라는 문제를 구체적 정책으로 실천하려 한 것은 메이지유신과 더불어 들어선 새로운 체제였다.
이 책은 전전의 대표적인 진보적 지식인이며 다이쇼 데모크라시의 기수였던 요시노 사쿠조가 과연 보편적 가치 위에서 조선의 독립을 생각하고 중국의 민족문제를 고민했는가, 식민지로서의 조선의 존재를 어떻게 인식했는가, ‘식민지’에 대한 근본인식의 뿌리는 무엇이었나, 그리고 요시노의 주장이 시대적 상황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나를 밝히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서 그의 언설 속에 숨겨진 의미를 추적함과 동시에 그 주장 및 논리와 그가 성장하고 살았던 시대적 상황과의 상관성을 밝힘으로써, 미셸 푸코의 표현을 빌리면 “그러한 주장이 존재하고 작동할 수 있는 현상과 규칙”을 규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