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 전의 세계는 우리 인류의 과거를 들여다보는 창문이라 할 수 있다. 이 창문은 역사를 들여다보는 시선인 동시에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가까운 세계인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을 열어주기도 한다. 서기 1000년을 전후한 세계에서 이슬람교는 팽창했고, 동아시아는 문화적인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 중국, 인도, 일본, 중앙아메리카, 비잔틴, 근동지역과 북아프리카의 문화는 매혹적인 전성기를 누렸고,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활발한 교역을 하고 있었으며, 무수한 발견과 발명이 이루어졌다. 또한 당시 사람들은 지역과 문화와 신분에 따라 다른 시간관을 가지고 있었고, 주로 농업과 관개사업을 통해서 식량과 식수를 확보했다. 당시에도 문자는 이미 역사를 문화를 후세에 전하는 데 가장 크게 이바지하고 있었고, 동시대인들 간에는 무역과 성지순례를 통해서 제한적이나마 소통도 가능했다. 경제적으로 농촌에 기생하던 도시들도 이 무렵부터 수공업과 무역의 중심지로서 서서히 근대 도시로 발전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아가 학문과 기술, 정치와 문화의 혁신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 책은 또한 새로운 천 년의 초입에 서있는 우리에게 과거를 뒤돌아보고 현재와 미래를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다원적인 역사인식을 촉구한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이 책은 서기 1000년의 세계는 식민지쟁탈전과 세계화로 인해 획일화된 20세기의 세계와는 달리 여러 문화들이 고유의 양식과 한계를 지키면서 발전하며 공존한 세계였다고 말한다. 동시에 이러한 인식은 아시아, 이슬람, 아프리카, 그리고 라틴아메리카 문화가 잠재하고 있는 미래를 위한 새로운 가능성과 의미를 찾게 해준다. 게다가 이 책에는 세계의 역사와 문화유산들을 담은 200장이 넘는 도판이 수록되어 있어서 서기 1000년의 세계에 대한 다각적인 이해를 돕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