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학자 고교형高橋亨은 조선 성리학자들의 당파적 분열적 특성을 보여주기 위하여 ‘주리’主理 ‘주기’主氣라는 개념으로 학자들의 성격을 정리한 이래로, 우리의 학계는 아직도 고교형의 이러한 정리방법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익사상은 주자학적 개념과 용어의 비교에 의하여 밝여질 수 없다. 주자학적 체계연관 속에서 주자학의 근본 지향점과 이익사상의 지향점을 비교방법을 통해서 두 학자가 상정하고 있는 세계에 대한 이해와 지향점을 밝힐 수 있다. 즉, 주희의 이기론 체계에서는 ‘이’를 본체세계의 ‘이’와 현상세계의 ‘이’를 구분하고, 본체세계와 ‘이’[소이연자]가 현상세계 관류貫流하여 현상사물을 주재主宰한다는 일관一貫논리를 상정하고 있는 반면에, 이익은 본체세계와 현상세계를 설정하지 않고 또한 현상세계에 관류하는 ‘이’도 전제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익은 주자학에서 상정한 본체의 ‘이’에 의한 ‘기’의 주재主宰를 수용하지 않으며, ‘이’와 ‘기’가 대등한 자격으로 현상사물의 생성변화에 참여한다고 설명할 뿐이다. 이익의 이와 같은 지향은 세계와 인간을 이해하는 데 근본적으로 작용하였다. 즉, 이익이 ‘서얼’庶孼, ‘노비’奴婢제도의 철폐 등 주자학에서 거론되지 못한 과제를 오히려 적극적으로 부각하여 극복하려고 한 사상사적 특징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