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봉구(애칭:명동백작)가 이제 지난 날 명동시장이 그 치내(治內)에 있었던 명동 20년 사를 손수 쓴 다시없는 명동사(明洞史)이다. 유치환, 김수영, 이중섭, 전혜린 등 기라성 같은 문인과 화가, 음악가, 배우 등 명동거리에 정과 한을 쏟아 부으며 소위 ‘명동파(明洞派)’로 불렸던 문화인들의 비망록이기도 하다.
당시 명동의 찻집과 다방, 주점에는 이루 열거할 수 없는 젊은 지성들이 몰려들었다. 매장마다 술과 자욱한 담배 연기 속에 열띤 토론을 벌이던 이야기와 치열한 삶만큼이나 드라마틱한 죽음을 맞이했던 이야기, 극장 시대의 개막을 열었던 이야기들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불꽃같은 긴 밤이 지나고 나면 명동의 아침은 또 새롭게 시작되곤 했다. 한편, 이들에게 외상술을 떼이면서도 안식처가 되어 주었던 주점과 찻집의 이름 모를 여주인(마담)들에 관한 짧은 단상은 가난했지만 인정과 의리가 넘쳐났던 시절의 깊은 사람 냄새를 느끼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