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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네 집
글쓴이
박완서 저
출판사
현대문학
출판일
2004년 10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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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미지

박완서

1931년 경기도 개풍에서 태어났다. 1970년 마흔이 되던 해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나목(裸木)』이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문단에 나온 이래 2011년 영면에 들기까지 40여 년간 수많은 걸작들을 선보였다. 평범한 일상을 풍부하고 다채로운 언어로 길어 올리며 한국 문학의 지평을 넓혔다. 특유의 예리한 시선과 살아 숨 쉬는 문장으로 시대와 삶의 풍경을 오롯이 담아낸 그의 작품은 오늘날까지 세대를 넘어 깊이 사랑받고 있다.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배반의 여름』 『엄마의 말뚝』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미망』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그 남자네 집』 『친절한 복희씨』 등 다수의 작품이 있고, 한국문학작가상 이상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이산문학상 중앙문화대상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한무숙문학상 대산문학상 만해문학상 인촌상 황순원문학상 호암상 금관문화훈장 등을 수상했다.

책 소개

분야소설/시/희곡
한국 현대소설사의 연륜을 그대로 담고 있는 거목, 소설가 박완서의 열다섯번째 장편소설이다. 전후 50년대 서울의 피폐한 풍경이 눈에 보이듯 그려지고 있는 이 작품은, 현재 나이 든 주인공이 당시의 첫사랑 ‘그 남자’가 살았던 돈암동 안감내를 찾아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어머니의 외가 쪽 친척인 그 남자네가 내가 사는 동네의 홍예문이 달린 기와집으로 이사오고, 그 남자와 만남이 시작된 것은 그로부터 몇 해 후, 대학생 신분으로 미군부대로 일을 다니던 내가 어느 날 겨울 저녁 퇴근하는 전차에서 우연히 만나 서로 집안의 안부를 묻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폐허의 서울 거리 구석구석을 누비며 ‘내 생애의 구슬’처럼 빛나는 행복한 겨울을 보낸다.

그러나 그는 ‘한 푼도 못 버는 백수’였고 나는 ‘다섯 식구의 밥줄’이었다. 그와는 반대로 미군부대에서 만난 전민호는 ‘웬만한 허물을 덮고도 남을 만큼 대단한’ 은행원, 나는 결국 민호와 결혼을 결정하고 그 남자와는 이별을 선언한다. 그러나 결혼은 환상이었고, 그 환상은 곧 깨졌다. 당장 생활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결코 남편은 부자가 아니었다. 남편이 가져다주는 월급으로 어렵게 한 달을 꾸리다보면 늘 가계부는 늘 적자였고, 시어머니와의 갈등은 사사건건 끊이지 않았다. 게다가 시어머니는 나와 종교관까지 달라 집안의 온갖 대소사를 박수무당과 의논하여 결정하였고, 심지어 아이가 들어서는 것까지 무당의 말을 절대적으로 신뢰했다.

결혼생활은 신혼의 재미가 뭔지도 모르는 채 급격히 권태로워졌고, 그 즈음 시장통에서 ‘그 남자’의 누나를 우연히 만나 그의 소식을 듣게 되고, 급기야 첫사랑과의 재회에 이르게 된다. 밀회의 횟수가 늘어갈수록 위기의 순간은 다가왔고, 어느 날 그는 하룻밤의 밀월여행을 제안했고, 나는 ‘짜릿한 기쁨’을 느끼며 그날을 기다린다. 그날은 그러나 또다른 이별이 된다. 그날 그는 기차역에 나타나나지 않았고, 나는 ‘어딘가로 붕 떠올랐다가’ 다시 이 세상에 팽개쳐진 기분에 빠진다. 그 남자가 뇌수술을 했고, 눈이 멀게 됐다는 사실을 들은 나는 얼마간의 세월이 흐른 후 그에게 전화를 걸어 다시 그와 재회한다. 눈 앞에 나타난 그는 ‘시력을 잃고 나는 귀여움을 잃은’ 채였다. 나는 그에게 위로의 말보다 육친애적 분노를 느끼며 장님임을 인정하고 새롭게 살아가라고 욕설을 섞어 울부짖듯 충고하는 것으로 첫사랑을 지운다. 그리고 그 남자를 끝으로 다시 만난 건 그의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였다. 그는 그때 중학교 여선생과 결혼하여 아이를 하나 낳고 단란한 가정을 꾸미고 있었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회상하며 점점 더 굵은 눈물을 흘리는 그 남자를 나는 무너지듯 포옹하며 담담하고 완전한 결별을 이루게 된다.

이 작품 역시 박완서만의 독특한 페이소스와 기지 넘치는 문장이 전체를 이루고 있어 읽는 재미는 물론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중심 줄거리에서 벗어나는 등장인물들 각각도 개성이 두드러져 이 작품의 축을 받쳐준다. 첫사랑이라는 본성에 가까운 감정과 대비를 이루며 전후 피폐한 일상과 그 생활전선을 직접 몸으로 겪어야 했던 여성들의 실상이 가슴 찡하게 그려져 있다. 그것은 이 각박한 현실을 그럼에도 살아내야 한다는 삶의 억척스러운 의욕이며, 삶의 원시적 동력이다. 이 점이 흘러넘치고 있는 이 작품은 때문에 갖 뛰어오르는 등푸른 생선처럼 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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