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의 압력과 이스라엘의 폭력에 시달리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비참한 삶을 만화라는 독특한 형식으로 보도한 만화가이자 언론인 조 사코. 그는 90년대 중반, 내전의 끝자락에 있던 또 하나의 분쟁 지역 보스니아를 찾는다. 외세의 잦은 침입으로 다민족, 다종교, 다문화 사회로 남은 보스니아는 동구권의 몰락과 더불어 민족주의자들의 선동과 전 세계의 무관심 속에 끔찍한 내전을 겪고, 결국 강대국이 개입된 사실상의 분단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조 사코가 방문한 곳은 보스니아 내전 중 민간인 보호 차원에서 UN이 지정한 “안전지대(Safe Area)” 중 하나인 고라즈데였다. 세계의 이목이 온통 수도 사라예보에 집중되어 있는 동안 “인종청소”라는 무시무시한 대량 학살의 현장이 되어버린 곳, 안전지대. 사코는 종전을 앞둔 고라즈데에 네 차례 방문하여 그들의 비참한 전쟁 경험과 암담한 현실을 자신만의 예리한 시선과 그림으로 이 책에 재현하고 있다. 인간의 과거와 현재는 물론 미래까지 철저히 파괴하는 전쟁의 참상, 학살과 보복과 불신이라는 이름으로 남게 되는 전쟁의 유산과 더불어, 사코는 무관심이라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전쟁을 겪은 사람들의 증언을 통하여 전하고 있다. 또한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벌였던 처절한 사투와 함께, 종전을 앞둔 고라즈데 사람들의 일상을 보여주며 전쟁이라는 것이 결코 특별한 누군가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님을, 언제 어느 때 우리 자신도 겪을 수 있는 일임을 각인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