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을 맞은 문화재는 더 이상 ‘정체된 조선’을 담는 그릇이 아니었다. ‘새로운 조선 문화의 창출’이라는 시류를 대변하는 시각적인 증거이자, 과거 일본 지배의 부당함을 확인할 수 있는 약탈 피해의 자료였다. 이뿐만 아니라, 문화재는 한국의 성장과 함께 국민통합의 매개체이자 민족의식을 고양하는 기반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한국의 우수한 역사성과 예술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문화재는 단순히 체험학습을 하기 위한 박물관의 전시품이 아니다. 문화재에는 각각의 유물이 지닌 역사와 문화는 다르지만, 그것이 ‘지금’, ‘어디’,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힘이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문화재를 통해 볼 수 있는 다양한 세계와 그 세계에서 벌어지는 정치, 사회, 역사, 문화의 단면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한일 양국의 문화재 문제 역시 이러한 보편적 근거에 기반해서 해결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문화재 반환 문제를 한일 양국의 민족주의적 구도에서 벗어나 세계 속의 보편적 인식에서 다루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해결 방법일 것이다.
해방 이후 한일회담에서 어떠한 논의가 이루어졌기에 양국의 관계를 ‘정상화’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양국이 ‘비정상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가. 이 책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다루었고, 해방 이후에 성립된 한일관계의 출발점이 오늘날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아울러 고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