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이 책에 실린 항목들은 그러한 감정 묘사의 폭을 넓혀 줄 것이다. 하지만 섬세한 관찰은 각자의 몫이다. 좋은 묘사를 하려면 관찰과 사유가 뒤따라야 한다. 주변 사람을 유심히 관찰해보라. 피와 살이 있는 실재 인물이어도 좋고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이어도 좋다. 그들이 혼란스러워하거나 어찌할 바 몰라 하거나 짜증스러워할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 적어보라. 얼굴은 특징을 잡아내기가 쉽다. 하지만 몸의 나머지 부분을 묘사하다 보면 밋밋한 설명으로 흐르기 십상이다. 목소리의 색깔부터 세세한 몸짓을 잘 관찰하고 꼼꼼히 묘사해보라. (묘사하려는 대상과 묘사하는 작가 사이에서 작품의 깊이를 가늠할 사유가 잉태한다.) 처음엔 힘이 들지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좋은 작품을 쓰고 있을 것이다. (p. 16)

확실히 폭을 넓혀 준 것 같다. 감정을 75가지로 표현할 수 있다니, 놀라울 뿐이다. 비슷한 감정이 많은데, 표현을 달리한다. 반대로 표현은 같지만, 감정이 다른 경우도 있다. 이 책은 답안지가 아니라 생각할 시간을 벌어주는 참고서이기에 그런 듯하다.(p. 30) 감정 표현법마다 ‘Writer’s Tip’이 자리하고 있다. 마치 참고서의 소임을 다하겠다는 표현 같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감정적인 체험에 또 다른 겹을 덧대고자 할 때는 등장인물이 현재 머무는 공간 배경에 상징성을 가미해보자. 그리고 그 공간 배경 안에서 등장인물의 감정을 구체적으로 투영할 수 있는 오브제를 찾아보라. (p. 55)

어떻게 하면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는지 계속해서 모색하고 조언한다고 할까.

더 좋은 작품을 쓰려면 촉감의 위력을 절대 과소평가하지 말 것. 하나의 대상물이 피부에 와 닿는 느낌은 범상치 않은 반응(그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을 빚어내는 근거로 제시될 수 있다. 또한 독자의 감정적 체험에도 크게 호소할 수 있다. (p. 279)

등장인물마다 고유한 몸짓 언어를 하나씩 창안해보자. 가령, 줄 서서 기다릴 때 그들은 발돋움하는 습관이 있는가? 생각에 깊이 잠겨 있을 동안에는 바지의 봉제선에 대고 그 선을 따라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는가? 독특한 버릇으로 캐릭터는 살아난다. 등장인물이 원고지에서 튀어나와 생동할 수 있도록 그려보자. (p. 175)

‘인간의 75가지 감정 표현법’ 전에 나오는 ‘작품과 감정 묘사’, ‘묘사의 기술’, ‘감정 묘사 사전 사용법’ 역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감정 묘사를 잘해야 하는 이유도 밝히고 있다.

작가는 날카로운 관찰과 통찰의 힘을 키워야 하며 그 힘을 지면에 옮길 수 있어야 한다. 독자의 기대치는 언제나 높다. 독자는 설명을 싫어한다. 독자는 체험하고 싶어 한다. 독자의 정서에 호소하려면 설명이 아니라 묘사가 답이다. 무엇보다 감정 묘사를 잘해야 한다. (p. 9)

작가가 되고 싶은 독자가 답안지를 잘 작성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참고서를 참고만 하고 직접 답안을 작성하지 않으면 절로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독자의 역할이 크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바람을 인용하며 이 글을 마칠까 한다. 그 바람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어떻게 하면 등장인물의 묘사를, 더 자세하게는 등장인물의 감정 묘사를 잘할 수 있을까. 바로 이 책에 담긴 고민이다. 부디 예비 작가들과 글을 쓰는 모든 이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p.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