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자학과 양명학’이라 하면 ‘리란 무엇인가’ ‘기란 무엇인가’와 같은 지루하고 고답적인 개념 정의의 학문으로 치부하기 쉽다. 실제로 기존 동양철학의 학문 풍토가 그런 측면에 치우쳐 있던 것이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주자학자냐 양명학자냐 혹은 왕학우파냐 좌파냐 등의 학파적 분류에 의해 틀에 맞춰 규정지어왔다.
그러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떤 사상도 고정불변의 것이 될 수 없다. 반드시 그것을 해석하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또 학문적 권위나 정치권력을 위해 어떻게 이용하는가에 따라 변질, 왜곡되게 마련이다. 주자학과 양명학은 그 당시에는 정치와 문화, 사회를 쥐고 흔든 거대 담론이었으며 현실언어들의 집적이었다.
저자는 그 살아 숨쉬는 역사의 현장으로 걸어 들어가 사상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그것은 지금 동아시아에 살고 있는 우리의 삶과 긴밀히 연결되는 작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