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위병에게 명하노니, 곳곳에 숨어있는 적들을 찾아내 처단하라!’
1966년 5월 17일, 〈런민르바오人民日報〉에 실린 마오쩌둥의 이 말 한 마디는 수많은 젊은이들의 미래를 예측불허의 폭풍 속으로 몰아넣었다. 그중 일부는 제5세대 지도부처럼 중국의 중추로 성장해 미래를 향한 도약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지만, 용도폐기된 대다수의 홍위병은 전국의 궁벽한 시골로 하방되어 돌아오지 못한 채 과거를 숨기고 살아간다.
여기, 한 사람이 있다. ‘위대한 지도자’ 마오쩌둥의 아이, 가장 민감한 성장기의 한 시절을 홍위병이라는 이름으로 보냈던 아이, 그러나 끝내 자랑스런 혁명가가 되지 못하고 ‘악의 심장’인 미국으로 투항한 아이, 어렵사리 손에 쥔 행복을 의심하며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가슴을 치며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아이.
이 책 《홍위병》은 지극히 개인적인 기록이다. 그러나 그 개인의 삶 속에는 중국 현대사의 격랑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봉건 잔재를 일소하기 위해 놓았던 교정의 거대한 불길 앞에서 시작되는 기록은 어린 홍위병이 겪어야 했던 기나긴 여정을, 현대 중국의 발자취를 생생하게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