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하여 공주님은 멋진 왕자님과 결혼해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 지금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공주 이야기의 대부분은 이런 문장으로 끝을 맺습니다. 하지만 세상 모든 공주들이 늘 공식대로 아름다운 옷을 입고 왕자님과 결혼해 행복하게 살았을까요? 한번쯤 가져봄직한 이런 의문에 대한 답변 중 하나가 바로 이 책에 있습니다.
종이 봉투를 입고 있는 가냘픈 공주와 얄궂은 표정을 한 거대한 용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궁금한 마음으로 책을 펼치면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듯한 커플이 나옵니다. 시큰둥한 왕자의 표정과는 대조적으로 그야말로 왕자에게 눈이 먼 공주는 사랑의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표정입니다. 전형적인 공주라면 내숭을 떠는 얌전한 모습일 텐데 말이죠. 어쨌든 이렇듯 로맨틱한 분위기는 난데없이 나타난 용이 궁전을 불사르고 왕자를 잡아가는 엄청난 사건으로 순식간에 엉망이 되고 맙니다. 설상가상으로 입을 옷조차 없는 공주는 종이 봉투를 걸치고 왕자를 구하러 떠나고 지혜로운 공주는 무기 하나 없이 용을 쓰러뜨리고 드디어 왕자를 구합니다. 하지만 고마워하기는커녕 공주의 행색을 나무랍니다. 이런 철부지 왕자를 본 공주는 이야기의 전형적인 틀을 깨는 과감한 결단을 내립니다. 근사한 결혼식을 대신한 마지막 장면에서는 세상도 공주의 시원스러운 결정을 반기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이렇듯 시종일관 파격적인 줄거리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독자들에게 혼란스러움과 즐거움을 동시에 주고 있습니다. 뭔가 뒤바뀐 듯한 황당한 줄거리 전개와 예상치 못한 획기적인 반전이 재미를 더해 주는 이 책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공주 이야기'에 대한 환상과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내용으로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