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미하엘 엔데를 있게 한 대표적인 장편 동화. 두 권짜리였던 『기관차 대여행1,2』를 한 권으로 묶어 더욱 흥미롭게 구성하였고, 다른 한 권은 후속편으로 새로운 모험 이야기를 선보인다. 아주 작은 섬 룸머란트, 신기루 현상이 펼쳐지는 사막 같은 독특한 판타지 공간에서 펼쳐지는 짐 크노프 일행의 모험. 많은 사건들과 다양한 인물들 속에서 비밀을 풀고 해결하기까지 아이들에게 용서와 화해, 이해와 반성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독특한 인물들의 성격을 펜 느낌이 살아있는 일러스트로 잘 표현하고 있으며, '독일 아동 문학상', '안데르센상 명예상' 등을 수상하였다.
연극 배우, 극작가, 연극 평론가, 연출가로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었던 미하엘 엔데가 글쓰기의 어려움에 부딪혀 작가가 되는 것을 포기하려고 했던 시기에 썼던 것이 바로 짐 크노프 이야기다. 실의에 빠진 그에게 그래픽 디자이너였던 그의 친구가 어린이를 위한 책을 써 볼 것을 제안했고, 미하엘 엔데는 약 1년 동안 소박한 마음으로 자기가 하고 싶었던 짐 크노프 이야기를 써내려 갔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책으로 만들어지기까지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2년 가까이 열두 곳 이상의 출판사에서 원고는 책으로 만들어지기를 거절당했다. 결국 1960년 독일 티네만 출판사에서 『짐 크노프와 기관사 루카스』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책으로 출간된 그의 첫 작품이기도 한 이 작품은 출간 즉시,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 책으로 미하엘 엔데는 '독일 아동 문학상'과 '안데르센상 명예상'을 수상하며, 대중과 평단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행복한 작가가 된다. 이어서 1962년 속편 『짐 크노프와 13인의 해적』이 출간되며 짐 크노프 이야기는 완결된다.
이후 엔데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모모』와 『끝없는 이야기』 등을 통해 20세기 최고의 작가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다. 전 세계 40여 개 언어로 옮겨져, 2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읽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는 그의 작품들. 작가로서의 화려한 시작을 열어준 작품이자, 미하엘 엔데를 미하엘 엔데로 만든 두 권의 책 『짐 크노프와 기관사 루카스』『짐 크노프와 13인의 해적』을 만나보자.
짐 크노프 이야기는 원고지 2,200매에 달하는 장편 동화인 만큼, 그에 걸맞게 많은 사건과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여행과 모험이라는 신나는 이야기에 빠져든다. 하나의 사건은 마무리되면서 또다른 궁금증을 일으키고, 그 궁금증은 다음 사건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어린이들은 점점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주민이라고는 기관사 루카스와 소매 씨, 뭐요 아주머니, 알폰스 12시 15분 전 임금님, 그리고 기관차 엠마가 전부인 세상에서 가장 작고 평화로운 나라, 룸머란트에 소포가 하나 배달되면서 『짐 크노프와 기관사 루카스』는 시작된다. 소포를 열자 흑인 아이가 나오고, 룸머란트 사람들은 이 아이에게 짐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짐은 곧 골칫덩이가 되고 만다. 룸머란트는 너무 작은 섬나라라서 더 이상 백성이 느는 것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결국 임금님이 기관차 엠마를 없애야겠다고 결정하고, 기관사 루카스와 짐 크노프는 엠마를 타고 살 곳을 찾아 멀고 먼 여행길에 오른다.
그렇게 모험이 시작되고 짐 크노프 일행은 우연히 신비로운 나라, 만달라에 도착한다. 일행은 무시무시한 용 어금니 부인에게 잡혀 있는 만달라의 리 씨 공주를 구하고, 짐의 출생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용의 도시로 향한다. 겉보기 거인 투르 투르 씨와 반쪽 용 네포무크의 도움으로 용의 도시에 도착한 그들은 아이들을 잡아다 학대하는 어금니 부인으로부터 아이들과 공주를 구해낸다. 떠나니는 섬을 찾아내 고향으로 돌아온 짐은 모험을 하는 사이에 사랑이 싹튼 리 씨 공주와 성대한 약혼식을 치른다.
하늘을 나는 기관차 엠마, 그리고 풀리는 비밀들!
전 권의 속편이기도 『짐 크노프와 13인의 해적』에서는 룸머란트의 등대 역할을 해줄 겉보기 거인을 찾기 위해, 그리고 아직은 완벽하게 밝혀지지 않은 짐 크노프의 출생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기관사 루카스와 짐 크노프, 엠마는 또다시 두 번째 모험을 떠난다.
꼬마 기관차 몰리가 가세된 그들 일행은 영원 불멸의 수정을 되살리는 일을 돕고, 그 과정에서 기관차 엠마를 자기 혼자 힘으로 영원히 작동할 수 있는 '영구 기관'으로 만든다. 전편에서 물 위를 달렸던 기관차 엠마가 하늘을 달릴 수 있게 되면서 이야기는 한층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그 사이, 13인의 해적은 기관차 몰리를 훔쳐, 어금니 부인에게 팔려고 하고, 음모를 알아낸 짐 크노프 일행은 우여곡절 끝에 13인의 해적과 결투를 벌인다. 그리고 그들을 통해서 짐 크노프가 사라진 왕국 잠발라의 왕자인 뮈렌 왕자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쌍둥이 형제들 13인의 해적 역시 13인의 해적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잃어버린 몰리를 주변의 도움으로 되찾은 뮈렌 왕자는 만달라의 공주와 성대한 결혼식을 치르고, 룸머란트와 짐발라에는 영원한 행복이 찾아든다.
용서와 화해, 이해와 반성이라는 메시지
책장을 덮고 나서도 선명하게 기억되는 짐 크노프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일반적'인 시각에서 보자면 확실히 '불완전'한 존재다. 멀리서 보면 너무나 커보인다는 이유로 홀로 외롭게 살아가는 겉보기 거인이나, 진짜 용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반쪽 용 네포무크는 일종의 소외된 존재일 수도 있다. 보통 사람의 눈으로 보면 독특한 모습을 한 인어 공주나 아직은 너무 작고 어릴 뿐인 핑 퐁 역시, 다른 시각에서 보자면 온전하지 못한 존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작가는 이러한 존재에 대해 깊은 이해와 사랑으로 이야기를 엮어 나간다. 짐 크노프 일행이 비밀을 풀고, 문제를 해결하기까지는 이들의 도움이 절대적인 것이다.
짐 크노프의 모험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존재이면서, 서로에게 힘이 되는 존재로 거듭나는 만남. 수십 만 년만에 불의 존재(반쪽 용 네포무크)와 물의 존재(거북 물요정)가 친구가 되어 바닷불을 밝히는 장면 역시 이러한, 의미있는 만남의 결과이다. 짐 크노프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따뜻하게 다가서는 이유는 이러한 수많은 훈훈한 만남이 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에서는 악당이라고 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용인 어금니 부인과 13인의 해적마저도 흔히 묘사되는 악당과는 사뭇 다르다. 물론 이들도 처음에는 온갖 나쁜 짓을 일삼으며 악당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낸다. 쌍둥이 형제 13인의 해적은 아이들을 납치해 어금니 부인에게 팔고, 어금니 부인은 아이들을 감금시켜놓고 학대하며 자신의 뜻대로 강제로 교육시킨다.
하지만 이들은 짐 크노프와의 대격전 끝에 짐에게서 목숨을 '선물' 받는다. 아무리 악당이라지만 짐 크노프 일행은 이들의 생명을 함부로 해치지 않는다. 그러자 이들을 둘러싸고 있던 비밀이 하나하나 풀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짐은 문제 해결에 한발 다가선다. 용서와 화해의 기회를 만들어주는 짐과 자신의 욕심을 반성할 줄 아는 어금니 부인과 13인의 해적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소중한 메시지를 전한다.
성장, 책 읽기의 호흡을 배운다
짐 크노프 이야기 중 첫 번째 모험 이야기인 『짐 크노프와 기관사 루카스』는 8년 전 같은 출판사인 길벗어린이에서 우리말로 옮겨져, 『기관차 대여행 1, 2』라는 두 권의 책으로 소개된 바 있다. 『기관차 대여행 1, 2』로 나왔던 다시 손질하여 『짐 크노프와 기관사 루카스』라는 제목으로 내놓으면서, 짐과 루카스 아저씨의 흥미진진한 모험이 이어지는 두 번째 이야기인 『짐 크노프와 13인의 해적』도 함께 출간하게 되었다. 당시 『기관차 대여행 1, 2』를 읽고 미처 풀리지 못한 궁금증을 가지고 있던 독자들에게 짐과 루카스의 두 번째 모험 이야기인 『짐 크노프와 13인의 해적』의 출간은 반가운 소식이다.
책 읽기의 호흡을 점차 늘려나가는 시기에 있는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좋은 책을 만나는 이러한 유쾌한 경험은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짧은 분량의 글에만 익숙해 있다 보면, 자칫 긴 호흡으로 책을 읽어나가는 힘이 부족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장편 동화 짐 크노프 이야기는 의미가 있다. 책읽기의 집중력을 키우고 성취감을 맛본다는 점에서도 재미있는 장편 동화를 접하는 것은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두꺼운 두 권의 책에 흠뻑 빠져 있다 나오는 아이들은, 두 번의 대모험을 경험하고 훌쩍 자라난 짐 크노프처럼 한 뼘쯤 자라 있을 것이다.
지금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 중에서는 어린 시절, 짐 크노프 이야기를 접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1970년대 후반에 출간된 번역본으로 이 이야기를 읽은 부모들이라면, 이번 기회에 아이들과 함께 다시 한 번 짐 크노프를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어렴풋하게 남아 있는 그 추억을 새록새록 불러내, 아이들과 함께 나누는 것도 즐거운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