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문학사상』 신인상에 단편소설 「하오」로 등단한 뒤, 일상적이고 평범한 존재들에 대한 따뜻한 연민과 열정의 마음을 간직한 작가, 섬세한 묘사와 예리한 감각으로 인생의 미묘함을 노련하게 포착하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는 이청해의 네 번째 소설집 『악보 넘기는 남자』가 출간되었다.
『악보 넘기는 남자』는 생의 유턴 지점에 선 인물들을 통해 삶의 진정한 모럴과 가치가 무엇인가를 다시 묻게 만드는 소설집이다. 수록된 7편의 중·단편들은 두 사람의 만남을 기본 모티프로 하고 있다. 작가는 서로 상반된 삶의 조건 속에 놓여 있는 한 쌍의 인물 군을 극한적 상황에 몰아넣고 그 속에서 엇갈리는 미묘한 감정의 평행선을 치열하게 포착, 그들의 삶이 상호 대비적인 양상을 보임과 동시에 생의 본질적인 동질성을 보여 준다는 것을 드러냄으로써 인생의 아이러니를 떠올리게 만든다.
유행, 세태, 풍속을 세밀하게 묘사하면서 인생이라는 문제를 놓고 깊은 사색을 추구한 이번 소설집에서 작가는 돈 있고 없음이 빚어내는 세상의 희비극을 차분하게 관조하며, 편협하고 이기적이고 비정한 세상살이 속에서 인간의 초라함과 연민을 균형적인 시각으로 담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