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만화책을 좋아한다. 그리고 내용이 좋은 만화책은 더 좋아한다. 그림도 재미있고 전하는 글도 유익하다 싶을 경우에는 내가 왜 만화가가 되지 못했는지, 초등학교 때 가졌던 만화가의 꿈을 그대로 키울 걸 하는 후회도 해 본다. 이런 좋은 만화책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었더라면 지금과 또다른 보람을 얻을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까지 느낀다.

중학생들에게 금융에 대한 글쓰기 지도를 하기 위해 자료를 찾던 중 발견한 책이다. 일찌기 이 책을 못 읽은 나 자신에 대한 반성 조금 하고, 지금이라도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과 내 아이들에게 읽혀야겠다는 계획을 세우게 한 책.

만화책을 잘 이용하면 학생들에게 글쓰기 지도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한 권의 책을 다 읽히겠다는 욕심 좀 버리고, 작은 주제에 따른 몇 쪽의 그림만 보여주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글을 쓰게 하는 것이다. 물론 능력이 되는 학생들에게는 전체의 내용을 다 포괄하는 글쓰기 주제를 제시해도 된다. 도무지 쓰려고 하지 않는 학생,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징징거리는 학생들에게는 두 쪽, 혹은 네 쪽, 여섯 쪽 정도의 만화를 보여 주고 알게 된 것을 글로 옮기게 하는 것이다.

아직도 어른들 중에는 만화책을 지나치게 가볍게 여기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아마도 그분들이 어렸을 때 어른들 몰래 보았던 만화에 대한 기억만으로 판단해서 그러는 게 아닌가 나 홀로 짐작한다. 이제 시대가 바뀌었고 좋은 만화는 감성 뿐만 아니라 지식과 예술적 감각까지 키워 준다. 에니메이션 영상 시대라는 말은 예사로운 것이 아니다.

덧붙이는 말:이 책의 대상을 초등학교 5-6학년으로 잡았던데, 내가 이 책을 읽고 무언가를 잔뜩 얻었다면 내 경제 수준이 어떠하다는 뜻인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내가 모르니,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을 수밖에.

사회과 지식 수준이 되는 초등학교 고학년과 사회과 지식을 필요로 하는 중학생에게 아주 좋은 책이다. 아울러 나처럼 경제라는 말만 들으면 외국어처럼 여겨지는 어른들에게도 유익한 책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