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삶의 길목을 가로등처럼 밝혀 주는
편편의 점등 같은 이야기, 든든한 뒷심 같은 이야기
내 앞에 있는 사람, 내 곁에 있는 사람,
그리고 내 안에 있는 사람의 이름에
따뜻한 빛을 내걸던 모든 순간에 대한 기록
지치지 않고 지지 않으며 살아내고 싶었던
지난 내 열심에 대한 기념
시인 정끝별의 첫 산문집 『깨끗한 거절은 절반의 선물』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가족들과 함께한 추억 속 에피소드, 여느 문장으로도 요약되거나 정리되지 않는 아버지에 대한 마음, 아이들을 키우며 다시 배운 인생, 시와 문학 속에서 깨치는 앎에 대한 사색 등 『깨끗한 거절은 절반의 선물』은 시인이고 평론가이며 교수이자, 딸이고 엄마이고 아내인 한 사람이 자신의 인생을 기억하고 기록하며 기념하는 과정에서 얻어진 가장 순도 높은 이야기들이다.
살다 보면 이런 사람 한 명쯤 알아두고 싶을 때가 있다. 때로는 언니, 때로는 이모, 이따금 선생님이자 주로 친구 같은 사람이 내 옆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할 때가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남들에게는 털어놓지 못하는 비밀이 생길 때도 그렇지만, 스스로에게 기분 나쁘지 않은 잔소리를 해 줄 사람이 필요할 때도 그렇다. 이게 좋을까, 저게 좋을까, 갈팡질팡하며 선택하지 못하고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이 산문집은 우리가 삶의 잔잔한 방황 속에서 헤맬 때, 그러나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권태에 지쳐 있을 때, 친근한 듯 따끔하고 웃긴 듯 날카롭게 삶의 소중한 지침들을 들려준다. 때로는 강렬한 시구처럼, 때로는 흥미로운 소설처럼, 이따금 명쾌한 평론처럼 그 목소리도 다양하다. 예능 다큐처럼 가족들의 면면을 솔직하게 비추는가 하면 텅 빈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작품처럼 내밀한 속엣말을 들려주기도 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우리가 스며들게 되는 정끝별식 인생관은 이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