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 배신, 빈곤, 테러, 전쟁……
이 잔혹한 세계에서 인류는 왜 멸종되지 않는 것일까?
열일곱 살 첫째 마토코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아버지 노부미치가 진 거액의 빚을 갚아 나가며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오전에는 청과물 시장에서, 오후에는 중화요리 전문 식당에서 일하고, 밤에는 각성제를 제조하는 부업을 하고 있다. 초등학생인 열두 살 둘째 쇼지는 자리보전하는 어머니 아이코의 수발을 들고 형을 도와 각성제를 제조하느라 자신의 일은 뒷전이어서 교사와 반 아이 모두에게 따돌림을 당한다. 유치원생인 다섯 살 셋째 가오리는 아무도 없는 곳을 물끄러미 바라보거나 때때로 몸이 부자유한 흉내를 내고, “구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이런 세계에서 누군가를 믿을 생각 같은 건 처음부터 아예 없었다”라고 이야기하는 아이들의 절망은 깊다. 차도가 없는 어머니, 늘어만 가는 빚, 자신의 잘못이 아닌 일로 초래된 현실은 육체적인 결핍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마코토는 노래 부르기를 좋아했으나 지금은 음을 듣지 못하고, 쇼지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으나 지금은 색을 보지 못한다. 가오리는 향기를 좋아했으나 지금은 오로지 악취만을 느낀다.
그러나 『환희의 아이』에서 고통에 허덕이는 이는 그들만이 아니다. 쇼지-마토코-가오리-노부미치ㆍ아이코의 순으로 한 장章씩 번갈아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는 시너를 팔면서 아버지가 진 빚을 갚는 얀즈, 전쟁으로 포로가 되었다가 수용소에서 탈출하여 일본으로 건너온 아름다운 소년 루슬란, 어머니에게 죽임을 당할 뻔한 소녀 가데나 등 단지 살아 있음으로 인해 고통 당하는 등장인물들이 압도적인 현실감을 띠고 생생하게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