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아지른 듯한 비탈길, 하늘과 가까울 정도로 높은 산비탈길 너머 ‘상계동 아이들’이 있다. 비록 가난해도 건강한 웃음을 간직하고 순수한 마음을 나눌 줄 아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작품 안에 씨줄날줄 꼼꼼히 엮여져 있다.
이 동네에는 부잣집이 없다. 하나같이 가난하고 부족하고 병들어 있다. 기옥이 엄마처럼 병명도 모르고 시름시름 앓다가 죽음을 맞기도 하고, 형일이처럼 머리가 좀 모자라 글도 잘 못 읽고 쓸 줄도 모르기도 한다. 하지만 어두운 그늘 자락에 홀로 피어나는 작은 꽃처럼 상계동에도 희망이라는 꽃이 피어나고 있다.
평생 말썽만 피울 것 같던 광철이는 소년원을 다녀오면서 마음을 바로잡았다. 엄마가 글도 못 읽는다고 무시하고 집이 부자가 아니라 싫어했던 광철이는 자기의 재능을 찾아 만화를 배우게 된다.
고리대금업자로 마음씨가 얼음장처럼 차갑고 모진 종칠이 할머니도 때때로 베풀 줄 안다. 종칠이 때문에 다친 형일이 병원비를 다 대주겠다고 나서기도 하고, 은주네가 상계동을 떠나갈 때 미숫가루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무당으로 살면서 아들 깐돌이를 다정하게 보살피기는커녕 조금만 잘못을 해도 동네가 떠나가라 매를 들고, 성격이 팍팍하기로 유명한 깐돌이 엄마는 종칠이 할머니와 대판 싸운 다음 아들을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
엄마 아빠 모두 장님이고 첫째 딸 은주마저 눈이 나쁜 은주네 가족은 엄마 아빠가 지하철에서 구걸하는 돈으로 생활하기 때문에 집세 마련도 쉽지 않다. 그래서 깐돌이네 광에 세 들어 살고 있다. 은주는 사고로 다리를 못 쓰는 시골 사람의 후처로 들어가라는 제안을 받지만 은주네 가족은 아무리 가난하더라도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살아야 한다며 거절한다.
‘상계동’엔 그저 암담하고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절망만이 존재하는 건 아니다. 아무 데서나 잘 자라고 꿋꿋이 다시 일어서는 풀꽃처럼 ‘상계동 사람들’은 질긴 생명력으로 보이지 않을 것 같은 희망을 만들어 낼 줄 알며, 모두가 부족하면서도 서로 아끼는 따뜻한 마음씨를 간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