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오지』이후 오 년 만에 내놓는 이문재 시인의 네번째 시집. 시인의 언어는 부드러운 폭력으로서의 제국, 네트워크로서의 제국이라는 이 '멋진 신세계'의 참혹함에 대한 통렬한 시적 고발이다. 시인이 거기에서 달아나기 위해, 혹은 거기에 맞서 되살려내는 자연과 육체성에 대한 촉감과 기억은 애절하고, 결연하고, 경건하기까지 하다.
옛집 푸른 지붕을 떠나, 아버지의 평야를 등지고 땅의 끝까지 갔던 시인은(『내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 다시 돌아와 도시의 산책로 바깥에서 느리게 어슬렁거렸고(『산책시편』), 그 길의 바깥에서 오래된 미래, 농업박물관을 발견했다(『마음의 오지』). 그리고 지금 시인은, 이 21세기 디지털 도시의 한복판, ‘제국호텔’에 머물고 있는 자신의 근황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