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첫 시집은 ‘방랑자의 길’이었다. 시인은 서글픈 유년을 떠나 일찌감치 세상과 불화하며 끝없이 걸었다. 그 유달리 신산한 편력의 길에서, 그는 햇빛과 공기와 물, 백색과 초록의 심상으로 그의 시를 다채롭게 물들이고, 모나고 날카로운 것들을 둥글고 크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가 떠나온 저 ‘푸른 지붕’은 시인뿐 아니라 모든 청춘들이 아련하게 기억하는, 아름답고 슬픈 ‘잃어버린 집’이 되었다.
저 옛집 푸른 지붕을 떠나, 아버지의 평야를 등지고 땅의 끝까지 갔던 시인은(『내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 다시 돌아와 도시의 산책로 바깥에서 느리게 어슬렁거렸고(『산책시편』), 그 길의 바깥에서 오래된 미래, 농업박물관을 발견했다(『마음의 오지』). 그리고 지금 시인은, 이 21세기 디지털 도시의 한복판, ‘제국호텔’에 머물고 있는 자신의 근황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