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구소민, 초등학교 5학년생이다. 2년 전 엄마가 암으로 돌아가셔서 편부 슬하에서 자란다는 점을 빼고는 나는 아주 평범한 소년이다. 아빠는 2년 전까지 돼지를 키우는 농사꾼이었다. 엄마가 돌아가시던 해, 아빠는 홍수로 키우던 수백 마리의 돼지를 물에 떠나보냈다. 그 해 아빠와 나에게 남겨진 것은 갚을 길 막막한 은행 빚과 깊은 좌절뿐이었다.
모든 것을 잃은 아빠! 그래도 아빠는 언제나 씩씩하다. 하지만 나는 안다. 아빠가 아직도 엄마의 사진을 어루만지며 몰래 눈물짓는다는 것을. 아빠의 농촌수기가 당선 되던 날, 그래서 고민거리였던 버섯 재배에 필요한 자금을 추가 대출 받게 된 날도 아빠는 엄마의 사진과 눈물의 대화를 나눴다.
그런데 아빠에게 변화가 생겼다. 아빠가 저녁 초대를 받았다며 동네에 들어선 전원주택 가운데 유난히 눈에 띄는 집으로 나를 데려간 것이 그 시작이다. 그 곳에서 우리를 맞은 사람은 젊은 아줌마였고, 더욱 놀란 것은 그 아줌마가 얼마 전 서울에서 전학 온 건방지고 괴팍한 아이 ‘김애리’의 엄마이자 화가라는 사실이었다.
또 아빠가 상을 받던 날 축하 전화를 걸어 온 사람도, 버섯 재배에 관한 인터넷 자료를 출력해 준 사람도 애리 엄마였음을 알게 된다. 애리는 식사 시간 내내 무례한 태도를 보였고, 나는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아빠와 애리 엄마를 보며 아빠마저 잃은 듯한 묘한 슬픔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