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맛이 매운 맛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매운 요리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책은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매운 맛을 원하고 있다.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이니 사오정(45세 정년퇴직)이니 하는 우울한 경기 흐름과 스트레스에 움츠러든 우리의 몸이 간절히 매운맛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운 맛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고추의 매운 성분은 우리 몸속에서 엔도르핀을 분비시키기 때문에 우울하거나 기운이 없을 때 매운맛을 찾는 이들이 많아진다고 한다.
일 때문에 혹은 사람 때문에 속에서 열불 터지는 일이 많기도 한 요즘 세상. 그래서인지 더 강도 높은 엔돌핀을 찾아서 매운맛 대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맵다고 소문난 집들은 불황을 모르고, 찾는 이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먹으면서도 그 매운 맛에 열광하고, 그 맛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 어떤가? 몸의 병을 고치는 것은 마음이고, 마음의 병을 고치는 것이 음식이라는 말이 틀린 것 같지는 않은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매운 요리 책은 끝을 모르는 불경기의 스트레스를 날리는 청량음료와 같은 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