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와 미궁 속을 헤매는 이중섭의 생애,
끊어진 다리를 이어, 그 생애의 실체와 마주하다
이중섭에 관한 이야기들이 범람한다. 그와 그의 그림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화가, 미술작품을 꼽을 때마다 예외 없이 앞 순위를 차지한다. 그의 삶 전체가 고스란히 신화가 되었고, 그는 천재화가로, 불행한 생을 살다 간 고독한 예술가로, 때로 애절한 러브 스토리의 주인공으로, 고정된 이미지의 틀 안에서 지금도 끊임없이 호출된다. 그러나 그의 생애는 끊어진 다리의 연속이다. 그에 관한 온갖 기록과 기억은 난무하되 이 시기와 저 시기가 맞지 않고, 앞의 이야기와 뒤의 이야기는 전혀 다른 것투성이다. 거기에 추측과 과장이 보태져 그의 생애는 미묘하게 어긋난 이야기들로 가득하고 그 때문에 더욱 더 그의 삶은 미궁 속을 헤맨다.
지금까지 회자되어오는, 이중섭에 관한 숱한 이야기들은 얼마나 그의 실체에 가 닿아 있을까. 신화 속 주인공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이중섭의 삶은 과연 어떤 것일까. 미술사학자 최열이 쓴 『이중섭 평전』은 바로 그런 물음표에서 출발했다. 우리 미술사에 빠질 수 없는 이름이 된 화가 이중섭을 이대로 허상 속에 머물게만 할 수 없다는 저자의 의지는 한 인간에 대한 밝혀진 모든 기록을 들추게 했고, 그것은 원고지 약 4천 매 분량으로 거듭났다. 이로써 우리는 이중섭의 탄생부터 죽음까지의 족적을 만날 수 있게 되었고, 삶의 고비에 마주할 때마다 겪었을 이중섭의 고뇌를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숱하게 흩어진 수많은 기록과 기록 속에서 발견한, 이중섭이라는 한 인간의 실체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그가 왜 신화의 주인공일 수밖에 없는가를 역설적으로 웅변하고 있다. 이제 이중섭을 알고 싶다면 우리는 이 한 권의 책을 펼쳐야 한다. 그 속에 지금껏 감춰진 이중섭 생애의 실체와 그의 예술 세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