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어느 입담 좋은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재미난 미술 이야기에 가깝다. 세상일이라면 모르는 게 없어 보이는 페리에 할아버지의 이야기에 빠져들면 우리와는 거리가 먼 플랑드르 지방의 한 비열한 상인의 결혼식 장면도, 나폴레옹 치하의 에스타냐 민중 봉기 현장도 바로 우리 곁에서 일어난 일인 듯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는 이제껏 주객이 전도된 미술사의 연구 관례를 깨고 작품 하나하나가 제 목소리를 내도록 실감나는 육성으로 때론 야담에 가까운 내용까지 적당히 섞어가며 피와 살을 제대로 갖춘 살아 있는 그림으로 되살린다. 다시 말해 그는 하나의 작품을 생명이 있는 유기체로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