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에 몸을 싣거나 소달구지를 끌고 떠나는 피난길에서 부터 피난지 대구의 시장과 판자촌 풍경, 전후 가난한 서민들이 모여 산 청계천변의 판자촌 살림살이가 책장을 넘길 때마다 손에 잡힐 듯 사실적으로 전해진다. 기관차 하나를 그리기 위해 철도박물관에서 며칠을 스케치하고, 우체통, 전신주 하나도 그대의 기억을 되살리고 자료사진을 면밀히 살피는 공을 들여 완성한 작품은 지난 시절의 생생한 풍속화라 할 만하다. 이젠 기록으로도 잘 남아 있지 않고, 연사 속으로 사라져가는 그때 그 시절을 되살려낸 이 그림들에는 당시 서민들의 생활 문화는 물론이고 사회 정치, 경제 상황까지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김성환 화백은 자신의 그림에 직접 글을 붙여 그림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사람들과 사물, 풍물들에 대한 살아 있는 이야기와 정보를 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