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들어진 현악기는 400년 동안 진화하고, 이후 400년 동안 퇴화한다고 하다. 마라가 현존하는 최고 현악기들의 고장 크레모나에서 만들어진 것이 1711년이니까, 올해로 294살 쯤 될 것이다. 아직 삶의 정점을 100년 정도 남겨둔 이 악기가 걸어온 생의 이력은 어떠한 것일까? 우리는 비슷한 내용의 이야기를 '레드 바이올린'이라는 영화를 통해 경험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전적으로 시나리오 작가의 상상력에 근거한 이야기였다. 이제 펼쳐질 이야기의 화자, 첼로 마라는 지금 이 순간에도 연주되며 소리를 울려내는 실존하는 악기이며, 그의 말하는 생애 역시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를 거쳐 간 많은 연주자들과 허영에 들뜬 수집가들은 사라지고 없으나 300살이 다 되어 가는 그의 소리는 처음과 변함없다. 이제 그 첼로가 자신을 거쳐 간 사람들과 자신의 이야기를 마치 음악을 연주하듯 세상에 토해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