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를 사는 우리들은 모두 누군가가 지은 건축물 안에서 생활하고 살아간다. 애써 자연을 찾아 밖으로 나가지 않는 한 계속 건물에서 건물로 옮겨 다닐 뿐이다. 이렇듯 사람들의 삶과 뗄 수 없는 공간을 어떻게 만들까 고민하고 그들의 삶의 방식을 설계하는 사람들이 바로 건축가이다. 이일훈도 이런 건축가들 중 한 명이다. 그는 건축의 결론은 사람이라는 원칙을 바탕으로 집과 자연과 사람이 소통할 수 있는 집짓기를 널리 행하고 있다. 이 책은 건축가로서의 이일훈이 이사를 계기로 그동안 설계한 작품들을 되돌아보며 써내려간 건축 이야기인 동시에 건축을 통해 만난 사람들의 삶 이야기이다.
20여 년간 건축판에서 일하며 그가 작품에 담아온 설계 방법론은 결국 세 가지로 집약된다. “불편하게 살자, 밖에서 살자, 늘려 살자.” 이 세 가지를 묶어 그는 ‘채 나눔’이라는 고유한 방법론을 펼친다. 풀어서 이야기하면 이런 것이다.
채 나눔의 채는 안채, 바깥채, 사랑채 할 때의 집을 세는 단위인 채를 말한다. 한 덩어리의 집을 여러 채로 나누자는 주장이다. 건축 목적 자체가 큰 공간을 필요로 하는 대형 건물에서 공간을 나누자고 할 수는 없다. 또 대형 공간이 반드시 나쁜 것도 아닐 것이다. 의심해봐야 할 것은 대형화·단일화되지 않아도 좋을 유형의 공간들도 무의식적으로 모두가 닮아간다는 것이다.
되짚어보고자 하는 것은 환경을 고려한 우리 주거 양식은 어떠해야 하는가이다. `채 나눔`을 통해 작을수록 나누자는 주장은 결국 건축적 이야기가 아니라 사는 방식의 제안이다. 사는 방식을 의문하고 제안하는 것이 건축가가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