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었던 것 같다.무엇이 우리에게 간격을 주었을까?비처럼무엇이 우리를 한 방울씩 떨어지게 하는 것일까?”17가지 키워드로 풀어낸‘시’에 관한 신용목의 다채로운 고백!17가지 키워드로 풀어낸 ‘시’에 관한 신용목의 다채로운 고백을 담은 신용목 시론 『비로 만든 사람』이 출판사 난다에서 출간되었다. 시를 이야기하는 난다의 새로운 시리즈 ‘詩란’ 2번으로 출간되었던 이 책에 이수진 화가의 작품을 더해 옷을 입히고 단행본으로 단장해 새롭게 선보인다. 장난감, 술, 비, 가을, 비밀, 미래, 자낙스, 삐삐 롱스타킹…… 시인은 이 글에서 열일곱 가지의 사물과 관념들을 소환한다. 그가 이들을 통해 이야기하는 것은 물론, 오로지, ‘시’. 각 장에 부제로 따라붙은 열일곱 개의 질문 역시 모두 시를 주어로 하고 있거나 시의 어떤 특성에 대해서 묻는다(“시는……” “시의 침묵은……” “시의 그물은……” “시의 천사는……”). 결국 모든 질문은, 그리고 이 질문들에 뒤따라오는 모든 문장은 시라는 정체가 모호한, 어둠 속에서 오직 윤곽으로만 감지되는 존재를 밝히려는 노력인 셈이다.하나 시를 향하는 시인의 말은 결코 시에 대한 이론이나 방법론으로 귀결되지 않는다. 시인에게 시는 생활과 동떨어진 채 홀로 고고한 삶을 영위하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되레 시인은 시라는 프리즘을 통해 삶을, 사랑을, 슬픔을 이야기한다. 시가 되든 시가 되지 않든 우리가 하는 모든 말이 결국 삶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드디어 시간이 흐르고, 나는 시가 삶을 구원한다는 말을 믿지 않게 되었다. 시를 쓰지 않아도 삶을 살았지만, 삶을 살지 않는 한 시를 쓸 수는 없을 것이기에. 오히려 삶이 시를 구원한다. (10장 「혼돈」, 136쪽)